반도체 시장, 성장 지속 전망…"IoT 등 新산업 수요 급증"

세계 반도체 산업의 성장 법칙이 틀어졌다. 3~4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는 ‘실리콘 사이클’이 뒤집어질 기세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의 새로운 산업 발전이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투자 과열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반도체 시장, 사상 첫 4000억달러 돌파 예상…삼성 1위, 메모리가 성장 이끌어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전날 발표한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4087억달러(약 442조원)로 예상했다. 4000억달러 돌파는 올해가 처음이다.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시장 규모가 43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시장은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중국 경기 둔화로 소폭 부진했던 201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성장세를 지속했다. 성장을 주도한 건 데이터 저장과 빠른 처리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작년보다 60% 넘게 커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스마트폰 확산으로 데이터 처리 용량이 늘고, 이는 다시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반도체 시장 확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AI나 IoT 등 새로운 산업의 급속한 발전도 향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반도체가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개념의 IoT 기기는 수년 내 1조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15억대 정도인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후좌우로 카메라를 갖춘 자율주행차는 데이터 처리양이 방대하다. 차량 1대당 고성능의 CPU(중앙처리장치)는 물론, 1테라(1테라=1조)바이트 규모의 데이터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은 “자동차는 향후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지난해 공개한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불릴 정도로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커지면 메모리 반도체 등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AFPBBNews=뉴스1

◇ 中 등 물량 공세… 투자 과열로, 공급과잉 우려도

장기 호황으로 반도체업체들이 잇따라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회사 IC인사이츠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올해 설비투자가 908억달러(약 98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작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투자를 주도하는 건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자국 반도체 산업에 10년간 1조위안(약 16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중국 업체가 만든 메모리 반도체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낙관적인 수요 전망에 업체들이 일제히 증산에 나서면,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2000년대 초반 광섬유 업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26일 투자보고서에서 “NAND형 플래시메모리 수요 확대가 지속하지만, 투자 과열로 2019~2020년 공급과잉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